요즘 하루 일과.

Record? 2009. 4. 2. 21:48

결혼이 이제 3주 남짓 남았다. 함을 지고갈 일만 남았고, 요즘은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다. 장인어른은 와이프의 짐을 작은 트럭에 싣고 오셔서 한바탕 짐을 내려두신 후 장모님과 함께 아쉬운 뒷모습을 보이시며 와이프까지 집에 맡기고 가셨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함께 살고 있다.

대학원에 오고나서 부터 학교 또는 직장과 출퇴근 거리가 걸어서 5분정도의 위치에 살았던 지라 요즘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생활을 하려니 그야말로 생활인이 된 기분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이야 걷는 것까지 합쳐서 30분이 되지 않지만, 가끔은 8시25분에 일어나서 30분까지 출근하던 기숙사 생활을 했던지라 버스타고 다니는 요즘 기분이 새롭다. 물론 아침에 와이프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가는 기분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뭐라 말할 수 없는 행복한 생활이지만 말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작은 집을 예쁘게 꾸미려는 와이프는 하루종일 시트지를 여기저기 붙이고 있다. 침실도 화장실도 싱크대도 신발장도 온통 꽃으로 화려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저런건 다 어디서 배우는건지 신기하기도 하다. 와이프가 그러고 있으면 나는 곁에서 씽크대 문짝을 모두 뜯었다 붙였다 해주기도하고, 택배로 받은 책장이며 옷걸이며 책상이며 선반 따위를 조립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동안 매일 무언가 한개씩 조립을 했던 것 같다. 손이 십자드라이버와 하나가 된 기분이랄까. 그간의 가사 노동 덕분에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고, 집이 더욱 깔끔하고 예뻐졌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우리집 문은 열려있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음식하는 와이프는 냄새를 빼려고 문을 열어놓고 있다. 1주일동안 이렇게 퇴근 후 나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가 오늘 오후에 와이프가 서울에 올라가는 바람에 혼자서 집에 들어오자니 왠지 참 초라한 느낌이 든다. 본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즐기는 편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쓸쓸한 홀아비가 된 느낌이다. 몇일이나 같이 생활했다고 벌써 이런 기분이 드나 신기하기도 하고 먼훗날 지금의 와이프가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니 마음이 시큰거리기도 한다. 혼자 있으면 참 이런저런 찌질한 생각들을 많이도 한다.

어쨋거나 요즘은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행복하고 즐겁다. 나를 사랑해주고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인 것 같다.

'Recor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일정.  (8) 2009.04.13
간만에 비  (8) 2009.03.13
책 좀 보고 살은 좀 뺄까.  (8) 2009.03.1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