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은 시작부터 기존의 SF 영화의 통념을 전복시킨다. 미국대도시에 우주선이 나타나지도 않고 외계인은 인간보다 우월한 종족이 아니다. 오히려 다수에 의해 핍박 받는 소수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디스트릭트9 속의 외계인은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에 굶주려 있으며 허름한 판자집에 등을 뉘이는 빈자이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이고 마약에 중독되거나 불법 무기를 매매하는 범죄자들이다. 그러니까 영화속의 외계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없는 가난한 자이거나 백인들이 색안경을 끼고 본 유색인종의 은유이다.  즉, 디스트릭트9은 남아공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감독의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시선을 공상과학식 화법으로 풀어낸 영화이고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본질이라는 것이 평화와 안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돈의 논리에 의해 발생되어 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가진 영화다.


치안확보라는 명목하에 디스트릭트9의 철거계획이 정해지지만, 실상 철거 목적은 철거 과정에서 외계인들이 가진 무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철거 과정에서 외계인은 생명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는다. 손만 슬쩍 스쳐도 사인을 했다고 판단해 버리고, 나가지 않으면 부모와 아이를 떨어뜨려놓겠다고 협박하여 사인을 하게 만든다. 외계인의 알이 발견되면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으며 즐거운 모습으로 불태워 버린다. 이런 초반의 디스트릭트9의 철거 장면들은 뉴스에서 통상 보아오던 재개발 구역의 철거 현장과 시위현장, 포로를 학대하는 전쟁의 현장들과 어렵지 않게 겹쳐 보이게 되어 당신이 보고 있는 SF영화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어 몰입감은 상당하다.


디스트릭트9은 시작부터 어느 정도 결론을 까발리고 시작한다. 사건이 종결된 후 관련자들의 인터뷰와 뉴스릴을 편집하여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영화는 비커스라는 철거책임자가 모종의 사건을 일으키고 인간을 배신했다는 정보를 준다. 영화 초반은 비커스가 철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후반부는 그가 외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외계인으로 변태되어 인간과 대결을 벌이는 형식을 취한다. 외계인을 피지배계급으로 설정하여 다양한 메타포를 초반에 보여주었다면 후반부는 사람은 결국 인종에 의해 본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외계인을 쫓아내던 책임자가 외계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자기가 웃으면서 하던 잔혹한 짓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혐오의 시선은 축적되고 결국 그를 외계인편에 서게한다.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영화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몰입감을 높인 영화의 형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카메라를 대동하여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초반부는 감시카메라나 카메라멘의 시선만으로 관객에게 보여주어 다큐멘터리의 사실적인 분위기를 내지만 비커스가 감염되어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 뒤의 후반부는 어쩔수 없이 극영화의 시점을 보여줌으로써 초반에 비해 리얼리티의 긴박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미 외계인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관객에게 후반부의 이러한 시점변화는 영화 전반에 손해를 끼칠 정도의 감점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시점의 확장을 통해 스펙타클한 감상을 느끼게 할 정도다.

아무튼 디스트릭트9은 TV 시리즈 V와 에일리언2, 화성인 지구정복, 플라이 등의 고전 SF 영화들과 열혈 로봇 애니메이션 등을 다양하게 비틀고 변주하여 녹여내고 있으며 그 속에 다양한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고 또 그걸 극도로 현실적이도록 보여주는 독특한 SF영화고 영화 역사에 당당히 기록될 멋진 작품이다. 기존의 것들을 다양하게 수용하면서도 그 어떤 영화보다 전복적이다. 재미있다.

덧붙여.
-. 그 커다란 우주선이 조그만 수송선 하나에 의지해서 동작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아마 디스트릭트9 2편이 나온다면 크리스토퍼가 끌고올 외계군대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겠지.

-. 그렇게 화력좋은 장비들을 놔두고 어째서 인간을 정복하지 않는가 생각하지 않을 관객이 있을까. 지배자를 잃은 외계인이라는 감독의 설정 만으로 이 상황을 믿는다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 생각보다 잔인하다. 외계인 무기에 의해서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신체는 마치 스플래터 영화를 보는 듯 하다.

-. 주인공 샬토 코플리의 연기가 대단하다. 감독의 단편영화에서 처음으로 연기한 배우라고 하는데 감탄했다.

-. 외계인은 고양이 사료에 환장한다.  마약으로 은유되는 고양이 사료는 새우 잡을 때 고양이 사료를 미끼로 쓰는 아이디어에서 얻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외계인을 속어로 prawn (새우)라고 부른다.

-. 디스트릭트9은 2005년에 감독이 발표한 단편영화 Alive in Joberg 을 기초로 제작되었다. 이 단편영화를 첨부한다.



제목: 디스트릭트9 (District 9, 2009)
감독: 닐 블롬캠프
배우: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데이빗 제임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