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래 - 10점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신화속의 서사시를 우리내 근대화 역사속에 녹여낸 고래는 소설이라는 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웃기는 소설 중에 하나이며 너무 순수하여 숭고함마저 들게 만드는 동화이기도 한다. '이야기'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놀라운 영역에 속해 있는 고래는 두고두고 회자되며 독자의 손을 돌고 돌아 역사가 사라진 후에도 전설처럼 고래라는 소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다. 그걸 읽은 어떤이는 마치 그의 문장이 자신의 것인양 졸필로 평단에 소설을 발표하기도 할 것이고 고래라는 제목에 대한 평단과 독자의 분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어떤이는 그것이 잃어버린 희망과 다가올 절망의 상징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이는 단순히 작가가 영화에 심취하여 고래사냥을 좋아해 지어낸 일종의 오마쥬라고도 할 것이고 이야기가 재미있는데 뭔 말들이 그리 많냐고 새침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도 생길 것이고,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어떻게 소설이 될 수 있냐는 등의 다양한 설전들이 오고갈 것이다. 그것은 베스트 셀러의 법칙이다. (근데 고래가 베스트 셀러인건가. -_-)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여 마치 세간에 떠도는 모든 이야기와 루머들을 모아놓은 엉망진창 박물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고래는 그 많은 이야기가 놀랍도록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젖가슴을 드러내고 정사씬이 연출되는 포르노 소설처럼 고래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소설 한편이 될 정도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재미있다 재밌어.

덧. 408페이지에서 413페이지의 한켠에 피어난 개망초 한송이와 그 다른 한켠을 차지하는 한줄의 문장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흐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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