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바리데기 - 10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가뭄과 기근이 이어지던 90년대 북한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중국과 런던으로 이어지는 소설 바리데기는 동시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을 바리데기 신화를 빌어 이야기한다. 같은 한반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뉴스 몇줄로 밖에 알지 못하는 북한에서 어린 소녀가 겪는 이야기는 처절할 정도로 끔찍하여 오히려 그녀의 꿈 속에 등장하는 저승의 지옥도가 차라리 현실적이라 할 정도이다. 바리데기가 그리는 우리 시대의 절망은 911과 아프가니스탄 내전, 영국의 지하철 테러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버무려져 있는데 작가는 이런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생명수를 찾아야 한다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얘기한다.

바리데기가 저승에서 돌아오며 죽은 넋들이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어째서 악한 것이 세상에서 승리하는지, 우리가 왜 여기서 적들과 함께 있는지 알아왔어요?',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 세계의 곳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죽어갈까. 왜 죽어가는지 정말 그 실체를 알고는 있을까. 작가가 생명수가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지만, 그것은 우리와 함께 숨쉬며 살아가지만 이유도 모른체 죽어가는 이웃들을 가엽게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이 아닐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고 눈 돌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지옥이 아니고 뭘까. 어설픈 동정이 오히려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동정을 할 수 있는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겨낼 수 없는 권력이라고 외면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의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서 많이 들어왔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니 이 소설의 배경이 대체 몇년도인지 의아한 감정이 들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너무 이상하다.

감상을 적고 보니 대단히 역사적이고 딱딱한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환상문학과 같다. 어려운 소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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