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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고든이 원안을 쓰고 브라이언 유즈나가 감독한 프로제니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강간을 당하는 영화 심령의 공포 (Entity)와 에일리언, 로즈마리의 아기, 엑스파일 사이의 어디쯤 놓여있는 영화다. 시각적으로 잔혹한 장면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승부하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유즈나 답지 않은 면모를 보이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외과의사인 남편은 정자수가 적어 불임에 가까운 상태인데 아내가 임신을 한다. 당연하게도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고 질투한다. 남편은 최면을 통해 납득한 사실로 외계인 납치에 의한 임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아이를 지우려 한다. 하지만 최면은 인간의 무의식이 표출된 것이지 진실은 아닌 것이고, 그가 정자수가 적더라도 임신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아이를 지키려하고 그는 아이를 지우려한다.

예전 부천영화제 인터뷰에 따르면 브라이언 유즈나는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히스테리, 그리고 외계인이 아이를 배에 넣고 아버지가 갈라서 다시 꺼내는 일련의 사건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처리하여 열린구조를 갖도록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하나 이 영화는 그렇게 정교하지도 않고 브라이언 유즈나가 그런 것을 그렇게 잘하는 감독도 아니다. 하지만 프로제니는 훌륭하지는 않을 지언정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히스테릭하게 변해가는 남편인 아놀드 보슬루는 미이라에서 아낙수나문을 어색하게 외치는 것만큼이나 연기가 어색하지만 그의 어색한 표정이 착한 인상을 주어서 잘 어울리기도 한다. 아내의 배를 갈라놓고 외계인 태아를 찾으려고 바둥바둥하는 모습도 썩 긴장감 있게 잘 그려지고 있고,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과 반전의 아귀가 그럴듯 하게 맞아들어 실망스럽진 않다. 다만 그 반전이라는 것이 왠지 환상특급류의 티비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들이 브라이언 유즈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괴한 신체변형을 통한 그로테스크의 향연일 것인데 역시 아쉽긴 하다. 소사이어티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연해 주길 오늘도 또한번 바란다.

imdb의 명대사에도 나와 있는데 의사가 외계인 전문가에게 어째서 외계인들이 이런 실험을 하느냐고 묻는데, 그는 '그걸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동물들에게 임상시험을 할 때 그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고 답해준다. 높으신 분들의 고매하신 생각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만은 그래도 알고 싶다. 언제나 진실은 저 넘어에...

제목: 프로제니 (Progeny, 1998)
감독: 브라이언 유즈나
배우: 아놀드 보슬루, 질리안 맥화이터, 브래도 두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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