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학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토드는 나치전범인 덴커를 찾아내어 덴커의 정체를 폭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유태인 학살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토드는 알수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잠재되어 있던 폭력성에 눈을 뜨게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인간의 본성인 폭력성과 그 전이의 과정, 그리고 지식인의 선택이 진실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토드는 나치 전범인 덴커에게 당신의 비밀을 폭로할 수도 있으니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라고 한다. 끌려다니던 덴커는 토드와의 일을 모두 기록해 두었고 그것을 은행의 비밀 금고에 넣어두었으며 자신이 죽으면 자연히 공개된다는 말로 토드를 통제한다. 토드는 학교선생님이 그와 덴커의 관계를 추궁하려하자 매번 A학점을 받던 자기의 점수를 선생이 조작했다고 퍼뜨리겠다며 협박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일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간다. 한쪽은 실제의 사실을 들고 왔고 다른 쪽은 사실을 왜곡하여 진실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거래가 성립되었다.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일기장이나 없었던 성적조작 같이 말이다. 똑똑한 인간들은 이렇게 없었던 일을 만들어 내고 있던 사실을 왜곡하여 진실인양 포장하여 약자를 희롱한다.

지식이 높은 상위 계층들이 대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사실이 무엇인지 모른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 줄을 잘 서거나 돈이 넘쳐나서 정치에 발을 담그게 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 대다수는 범인들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일 것이다. 다만 인간이 그 지식을 어디에 사용하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그들이 다른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일게다. 지식인의 이기적 선택은 항상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섬찟하다. 모르는 사람을 설득하기는 쉽지만 잘 아는 사람의 방향성을 바꾸기란 설득으로는 불가능할 듯 보인다. 그들의 '악'은 무지가 아니라 선택이었기 때문에.

제목: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Apt pupil, 1998)
감독: 브라이언 싱어
배우: 브래드 랜프로, 이안 맥켈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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