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문도스암보스 문도스 - 6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에는 모두 괴물이 등장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괴물의 존재는 언제나 그 시대의 어두운 혹은 감추고 싶은 치부와 불안감 등이 표출된 결과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같은 여인들은 그녀들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질투, 보호하고 싶은 모성애과 보호받고 싶은 감정,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은 감정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극단으로 치달을 때 나타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 소설의 주인공들은 무자비하고 잔혹하고 엽기적일 정도의 살인을 저지르지만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따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이다. 대개의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범들은 선천적인 잔혹함을 지니거나 아니면 살인을 촉발시키는 우발적인 계기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거나 가정환경등의 요소로 인해 범죄자가 된다. 하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주인공들은 아주 서서히 자신의 잔혹함을 키우게 된다.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린 감정들을 자신을 외부로 부터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극단으로 치달은 괴물들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지도 못한다. 단지 매순간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으로 성장된 괴물이기에 그녀의 소설에서는 유독 발작적인 폭력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녀 소설의 긴장감은 이렇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감정들로 인해 생겨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괴물이기에 아이러니한 삶의 단면과 그녀들을 튀틀리게 만들어버린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엿보게 만든다.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는 장편 소설에서와 같은 치밀하다 못해 악마적일 정도의 심리묘사는 별로 없다. 단편집이다보니 이야기가 서투르게 끝난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괴물같은 여인들의 탄생 장면을 둘러보기에는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겠다. 7편의 이야기 중 아웃, 그로테스크, 다크 같은 작품들과 가장 성격이 비슷한 작품은 '식림'이었고, 독자들의 예상을 빗겨가는 여인들의 대화가 압권이었던 '사랑의 섬'이 그녀의 단면을 엿보기에 가장 좋은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딛고 있는 지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지하철 주변에 넘쳐나는 노숙자들은 태생부터 노숙자가 아니다. 그들을 삶의 어두운 면이라고 규정하면 미안한 감이 없지않지만 기리노 나쓰오는 전철역 주변을 오고가는 반듯한 복장의 사람들과 노숙자들은 거대한 벽으로 갈리워진 존재들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매번 같은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단편보다는 그녀의 다음 장편 소설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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