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목화밭 엽기전 - 10점
백민석 지음/문학동네

목화밭 엽기전의 도입부를 읽으면 이것이 남성의 이야기인지 여성의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삼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강간을 당하고 여성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순간 이 인간이 건장한 남성에게 섬뜩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등장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여성이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폭력의 관심은 일반인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것은 마치 날것만이 남아있는 원시시대의 식욕이 고스란히 성욕 내지는 폭력행사의 욕구로 분출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적 무기인 각성제와 함께 말이죠.

이 소설은 이런 남성과 여성의 의미가 무의미(물론 남성과 여성의 특성에 기인한 특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폭력성과 잔혹함만이 남아있는 두명의 인간이 부부로 만났을 경우의 상황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뒤에는 삼촌이라는 불리우는 거대한 폭력 집단을 배후에 넣고 있고요. 이 둘의 직업은 대학 강사와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선생님입니다.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지요? 남성과 여성의 의미가 무의미해진 공간, 그것은 현생을 뛰어넘은 본능만이 판을 치는 공간인 말 그대로 지옥을 묘사합니다. 이 소설은 그래서 정말 지독한 현실을 그리고 있지요. 그들이 현대적인 식자 계층인 것도 많은 메타포를 함유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떤 은유를 넘어서서 독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뭔가가 있어요. 왜냐하면 읽는이도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많은 영화나 소설들에서 이성이 사라진 인간의 뇌 속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폭력 뿐이라는 주제를 그리는 것들이 많아졌어요. 단순히 소제를 확장시키다보니 매체가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럴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학 작품도 인간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들은 대개 현실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하물며 목화밭 엽기전 같은 소설은 그 문장이 지니고 있는 현대사회의 날카로운 풍자만으로도 그것이 현실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현대 사회가 지옥임을 암시합니다. 그것도 돈에 얽혀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함을 말이죠.

어떻습니까? 한번 읽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나 단단히 각오하셔야 할거에요. 여자를 잡아다가 온갖 고문을 행하며 사육을 행하는 소설들도 많았고, 여자 성기를 가지고 다니며 자위를 하는 남자를 다룬 이야기도 있었고, 여인의 빠진 이빨을 주전부리처럼 입안에 넣고 다니며 사탕처럼 빨아먹는 살인마도 있었고, 어린 여자를 잡아다가 10년가까이 사육한 영화들도 있었지만, 이 소설은 그런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심리와 '날것!' 그대로의 잔혹함이 있으니까요.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