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 1검은 선 1 - 10점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문학동네
크림슨 리버의 작가 쟝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검은선은 무호흡 잠수 챔피언 출신의 연쇄살인범과 살인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속물 기자, 마약중독자 부모 아래서 혹독한 어린시절을 겪었던 미모의 모델이 얽혀서 아드레날린 이만프로에 도전하는 강력한 스릴러 소설이다.

검은선은 범인을 쫓는 소설이 아니다. 사춘기 시절 친구의 자살과 오래전 여자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인간의 신체를 훼손하는 악마적인 살인에 대한 집요한 강박관념을 갖게 된 기자가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의 살해동기와 목적을 알기 위해서 그의 범죄의 행적을 되짚어가는 여정에 관한 소설이다. 괴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조금은 고루한 결말을 예상케 하기도 하고, 악의 모습이라는 것이 결국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분열의 소산이라는 다소 심심한 면도 있지만 이 책의 흡입력은 굉장하다.

무서움에 치를 떨면서도 악의 모습을 보고자 연쇄살인범에게 다가가는 기자 마르크가 범인이 내는 수수께끼를 통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미스테리는 촘촘하다 못해 그가 만들어놓은 순결의 방 만큼이나 물샘틈이 없고 살인의 방식도 어디선가 본듯하지만 그걸 빗겨나가는 한방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체력 좋고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으며 지적이기까지 한 연쇄살인범의 매력은 한니발 렉터를 훌쩍 뛰어넘을 지경이다.

푸르디 푸른 쪽빛 물결의 바다는 그 속으로 한없이 들어가면 암흑천지가 펼쳐진다. 잠수 참피언 출신 강사 쟈크는 그 암흑천지의 무호흡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것과 동일한 공간을 육지로 끌고 올라와 매혹적인 여성들을 칼로 난자하며 검은 피를 흘리게 한다. 산소가 결여된 공간에서 헤모글로빈이 만들어내는 검은 색의 피는 악의 근원 혹은 자아를 맞닥드리는 그 자신만의 방법이며 그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쟈크가 만들어내는 시체 그리고 그가 그런 시체를 발명(?)해 내기까지, 그리고 무호흡 잠수 챔피언이 탄생하게 된 배경등의 후반부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자기를 찾기 위해 혹은 자기를 뛰어넘기위해 바다 깊숙히 빨려들어간 그랑블루나 인육을 먹는 강력한 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양들의 침묵, 쟝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검은선은 그 두개의 작품을 잇는 어디쯤에 위치한 소설이지만, 둘 모두를 아우르는 괴상한 카리스마가 가득한 작품이다. 피서지에서 읽기 딱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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