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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은 상황의 힘을 이길 수 있는가. 20명의 모집자. 12명의 간수, 8명의 죄수.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1971년 필립 짐바르도 교수에 의해서 행해진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엑스페리먼트는 후반부 살인이 등장하는 장면이전까지 그러니까 간수와 죄수라는 상황 하나만으로 피지배자들에게 맨손으로 똥변기를 청소하게 하고 발가벗기고 머리에 봉투를 씌워서 걷게 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각종 물리적 린치를 가하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의 가혹행위는 모두 실제 벌어진 실험의 내용과 같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긴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가혹행위를 부추기는 죄수와 그와 대결구도를 벌이는 강박적인 간수의 캐릭터를 더 집어 넣었다. 그런 장치들에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실제 실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국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엑스페리먼트는 굉장히 무서운 영화다. 그것은 스스로의 이성이 그렇게 믿을만한가라는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고 죄수와 간수라는, 자유의 억압과 인간성을 상실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인간의 불확실한 이성이 소멸되어 버리는 과정을 간단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폭력성은 그것이 표출될 수 있는 상황 하나만으로 쉽사리 본성을 드러내고 이성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집단 속에서 양심을 꺼낼 수 있는 용기 보다는 순응하고 엎드리고 집단에 편입하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손쉬운 일이기에 그런 폭력성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선의 전염보다는 악의 전염이 더 빠르다. 엑스페리먼트는 그렇기에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한 영화다.

심리학 교수들은 말한다. 당신이 누구라 하더라도 특수한 상황에 놓여보지 않았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속단하지 말라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은 집단이라는 상황의 힘을 쉽게 이길 수가 없다고. 나는 스스로 그렇지 않을거라 자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함몰되지 않기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수 밖에.

첨언.
-. 죄수를 금고에 넣고 잠그는 장면에서는 숨이 막혀 죽을 뻔 했다. 폐쇄공포증을 가지고 있는지라 밖에서 누가 이불만 누르고 있어도 숨을 헐떡이는 나에게 그 장면은 지옥과 같았다.

제목: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 2001)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배우: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크리스찬 버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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