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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클라이브 바커의 40페이지 분량의 단편 '한밤의 식육열차'를 장편으로 참 잘도 만들었다 싶다. 짧은 이야기를 늘이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진다거나 군더더기가 많이 추가되지는 않을까 우려 했지만, 오히려 긴장감은 소설보다 팽팽해졌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살인마 마호가니를 마주하는 순간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서지만 영화에서는 그가 마호가니의 행보를 뒤쫓으며 살인을 목격하고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서서히 미쳐가기 때문이다.

한밤의 식육열차도 그렇지만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을 보면 그가 말하는 공포의 실체라는 것은 피지배자를 말그대로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거대한 존재들이다. 게다가 한밤의 식육열차에서는 그들은 소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어딘가의 음습한 지하도시에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의 몸을 고기처럼 해체하여 진열하는 잔혹한 장면들은 종교적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비니 존스가 연기한 살인마 마호가니는 역대 살인마 중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가면을 쓰지 않고 welcome이라는 단어를 제외한 어떤 단어도 내뱉지 않음에도 강박적인 반듯함이 지니고 있는 거부감과 대리석의 질감이 느껴지는 생활방식, 자신의 신체조각을 모아서 정렬해 두는 소름끼치는 편집증과 살의를 내뿜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쭈뼛선다. 게다가 그는 가끔 귀엽기까지하다. 가면 등으로 정체를 숨기지 않고 신체를 온전히 드러낸 살인마 중 이렇게 멋진 녀석이 있었나 싶다.

캐릭터도 다들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창조적인 잔혹한 살인 장면들도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머리만 댕강 자르고 멋없게 배를 가르는 영화들과 다르게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가 피해자의 시선을 대변함으로써 관객에게 고통의 전달도 효과적이었고.

간만에 스크린을 통해 발이 미끄러져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피칠갑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과도했다 싶은 액션 장면도 그 정도면 기타무라 류헤이도 많이 참았다 싶기도하고.

첨언.
-.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라는 원어 그대로의 한글표기 제목보다 '한밤의 식육열차'라는 번역 제목이 더 멋지지 않나?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2008)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배우: 비니 존스, 브래들리 쿠퍼, 레슬리 빕, 브룩 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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