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동화암흑 동화 - 10점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황매(푸른바람)
오츠 이치 소설의 기괴함과 잔인함은 무엇을 은유하는 것일까, 혹은 이런 이야기로 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혹은 그의 이야기로부터 사회의 바탕에 깔린 범죄의 흔적들을 읽을 수 있을까, 혹은 왜 이런 잔인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뛰어넘어 그 모든 것의 저변에 깔려있을 듯한 인간의 순수한 잔혹함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zoo' 모두 비슷하다. 그러니까 아이가 별다른 이유없이 곤충을 잡아뜯어 죽이는 행위에서 아이들은 죽인다라는 목적보다는 잡아 뜯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고 오츠 이치의 소설은 죽인다는 살해의 목적보다는 순수하게 잔혹한 상상력에 가까이 있다. 별다른 고민없이 그저 머리 속에 넘쳐나는 불온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적었다고나할까. 그래서 그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왠지 어른이라기 보다는 아이처럼 느껴지고 캐릭터들의 슬픔의 정서들도 상황에서 유래한다기 보다는 본능적인 서글픔을 느끼게 하여 '동화'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장기이식 후 이전 장기 주인의 기억이나 행위들이 새로운 장기의 주인에게 소환되는 얘기들은 35년작인 mad love부터 매들린 스토우의 블링크나 사지절단이 매력적이었던 분리인간 등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다루어져와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오츠 이치는 이 평범한 소재를 불쾌하고 불온하고 기괴하고 잔인하고 아릿하게 버무린다.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지만 까마귀라는 존재의 이유로 인간과 소통이 불가능했던 이 불쌍한 새는 장님 소녀와 친구가 된다. 그녀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던 까마귀는 그것이 나쁜짓인줄은 알지만 다른 인간의 눈알을 뽑아다가 선물한다. 시신경이 연결되어 있진 않지만 눈에 넣는다는 행위만으로 다양한 색깔을 경험할 수 있게된 소녀는 행복해하고 까마귀는 더 많은 눈알들을 뽑아다 소녀에게 선물한다.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좋은 여고생 나미는 한쪽 눈을 다치고 기억을 상실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는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그녀가 이전의 그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을 받는다. 그러던 중 눈을 이식받고 안구의 주인이었던 죽은 소년의 기억을 본다.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기억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나미는 그 소년의 죽음을 쫓아 시골마을로 들어서고 소년이 살해되었음을 깨닫고 범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범인은 까마귀 동화 '눈의 기억'을 쓴 작가와 연결된다
 
자신의 정체성이 온전히 기억 하나로만 유지된다는 설정에 그것을 잃어버리면 과거의 자신조차 타인이 되어버린다는 철학적인 이야기에 오츠 이치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과 촘촘하게 맞아 떨어지는 미스테리가 결합된 '암흑동화'는 이전의 단편집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로테스크한 사지절단과 신체접합의 미학과 신체를 절단해나갈수록 행복감을 느끼게되는 피해자들과 팔다리가 잘리고도 생명 유지가 가능한 곤충학적인 상상력. 그리고 성장과 슬픔의 정서. 잔혹한 장면들도 거부감없이 느끼게할만큼 잔잔한 이 소설은 암흑동화라는 제목이 너무도 잘 어울리고 오츠 이치라는 작가가 단순히 불온한 상상만을 가진 아이가 아님을 피력하는 소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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