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H 고스GOTH 고스 - 10점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반인륜적인 이유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오츠 이치의 GOTH. 저와 같은 거지 같은 이유로 못 읽고 있다가 지인께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셔서 감상했다.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많은 사람이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구할 수 없다라는 똥줄타는 메리트가 생겨 오히려 기대감이 상승해버린 독자들이 읽고 '뭐야~ 겨우 이 정도였어?'하는 본래 작품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을 우려가 있어 한탄스럽고 이 책이 판매금지 당해서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밤의 어둠을 닮은 소녀 요루와 밤의 어둠을 사랑하는 나는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눈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로 잔혹한 살인,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어둠이 그대로 드러난 끔찍한 사건을 조사하는 취미를 가진 우리들은 ‘GOTH'라고 불린다. - 본문 중

본문에 소개한 주인공의 말처럼 이 소설은 범죄 사진을 모으고 사건현장을 찾아다니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악함을 만끽하는 것을 취미로 가진 사이코패스 소년이 여섯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각 단편은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칠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모든게 똑같은 수법으로 진행되는지라 추리의 재미는 덜하지만 진정한 사이코패스들이 벌이는 인간의 타고난 사악함의 향연은 어떤 소설보다 뛰어나다.

소년은 사건을 쫓으며 연쇄살인범의 살해도구를 챙기기도 하고 신체절단자가 수집한 신체의 일부분을 훔쳐오기도 하고 살인 장면이 보고 싶어 곤경에 처한 인간에게 살해도구를 건네기도 하고 스스로 저지른 살인을 다른 연쇄살인범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도 하는 등의 연쇄살인범 잡는 연쇄살인범이라고 할 만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마음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괴물이 튀어나오기 전, 그러니까 자신이 칼을 들고 직접적인 살인을 하기까지의 예행연습이나 사전 답사를 하는 느낌이 전해진다고나할까.

GOTH에 등장하는 페티쉬 취향의 범죄자나 신체 해체의 미학을 즐기는 연쇄살인범이나 살인 연습을 위해 개를 죽이는 인물들은 모두 주변의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니까 양복입은 뱀이라고 불리우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악마들인 사이코패스들은 영화 우리동네처럼 비슷한 공간에 머물며 서로 얽히고 섥혀 도시의 평범한 주택지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 수법 자체가 기발하기도 하고 잔혹하기도 하여 재미는 더한다. (개에 등장하는 살인범은 예외)

오츠 이치의 소설은 항상 슬프고 애절하다. 작가는 독자가 자신의 작품을 읽고 '서정성'이라고 평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약간 의외였는데 GOTH도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애절하기 짝이없다. 어린 시절 저지른 범죄로 인해 감정을 지우는 연습을 하다 진짜로 표정을 잃어버린 사람이나 사악한 본성을 외면하고 외면하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어찌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냐.

암흑동화도 재미있었지만 GOTH가 한수 위다. 이 소설의 포문을 여는 암흑계는 애잔하고 뭐고 없이 들이대는 잔인함과 잔혹함으로 승부하는데 냉정한 문체가 의외로 박력있어 단숨에 빠져버렸다. 이런 소년 캐릭터가 GOTH 한편으로 끝나는건 어쩐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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