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는 영화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그런 키워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영화라는 것이 이곳저곳에서 상상도 못할만큼 다양하고 범지구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고 동경하기 쉽다는 점에서 영화라는 것이 선택되었다는 정도.

이 영화는 근본은 비슷해 보이지만, 단순히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인물이 서로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동경하고 갈망하는 사나이의 로망에 대한 영화다. 상대에 대한 동경이 커질수록 자신의 존재성에 의심을 품게되고 극단으로 나아가면 자아 자체를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의 두 인물은 반대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점에서는 조폭인 강패가 더 두드러지는데, 영화배우인 수타는 배역에 더욱 몰입하는 것으로 끝이나지만, 강패는 느와르 영화에서 팜므파탈에 빠져들어 죽음을 맞는 주인공들처럼 영화라는 꿈에 대한 동경으로 생겨난 감상적인 실수로 그 자신의 기반을 상실한다. 그래서 그가 자신임을 주장하고자 대낮에 살인을 하는 장면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혹은 잃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임에 다름 없기에 상당히 처절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속에서 김기덕의 '나쁜남자'의 키스장면을 패러디하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레벨로 끌어내려 창녀를 만들어버리는 영화 '나쁜남자'와 비슷하다.

TV에서 얼핏보고 강지환의 앵앵대는 목소리가 상당히 거슬려 싫어했는데, 철 없고 자존심 강한 여린 액션배우역을 잘 소화하더라. 소지섭이 연기하는 것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인데 연기는 다 제껴두고라도 소간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시더라. 두 배우 모두 기럭지가 훤칠하니 그냥 서 있어도 전부 무슨 광고 같애. 살짝 질투가. 쿨럭.

첨언.
- 봉감독 역의 고창석씨는 ndsl 응원단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만들던 감독 캐릭터랑 싱크로율이 100%라 자꾸 딴 생각이 났다.

-. 소지섭의 '왜 자꾸 뽀뽀해?'라는 대사는 간만의 명대사.

제목: 영화는 영화다 (2008)
감독: 장훈
배우: 소지섭, 강지환, 홍수현,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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