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제작되어 4년만에 개봉하는 강이관 감독의 사과는 재미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인물들에 공감하며 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인정하기도 하는 그런 영화다.  7년동안 연애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자신을 묵묵히 쫓아다니던 남자와 결혼해서 삐그덕거리다가 이전 남자친구랑 다시 관계를 맺기도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줄창 보아오던 뻔한 이야기. 그런 평범함을 영화는 무리하게 넘어서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후지지도 않다. 초반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연애담이 후반부에 너무 진지하고 묵직해져서 리듬이 깨졌다는 느낌이 나는 정도? 하기사 헤어짐으로 치닫는 연애의 지독한 일상다반사를 어찌 유쾌하게 끌고갈수 있겠냐만은.

문소리의 아줌마삘을 싫어해서 영화 '사과'를 보면서 그녀가 애교를 떠는 첫부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낯간지럽거나 못 볼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서 괜히 딴청을 부리기도 하고... 태왕사신기에서 귀여운 아역의 소녀가 갑자기 문소리로 변신하고 배용준과 아릿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을 보고 그 뒤의 이야기는 결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인지라 '사과'가 끝나갈 무렵에는 그녀가 왠지 한번 더 애교떠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영화가 그만큼 좋았기에 그런 생각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지는 않으니 이건 온전히 문소리의 힘이다. 항상 선굵고 개성 강한 역할을 맡아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평범한 역할에서는 나도 모르게 문소리에 거부감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소리씨 미안해요. 박하사탕을 다시 한번 봐야지.

제목: 사과 (2008)
감독: 강이관
배우: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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