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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다지요.>

SF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기계들은 예외없이 인간들을 공격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조물주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한심한 이기심에 대한 단죄이기도 하다. 이글아이라는 컴퓨터가 보여준 데이타를 무시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미국의 대통령. 그로인해 미국에 대한 테러의 위험은 더욱 커지고 테러의 위험을 부추긴 정부는 이글아이의 숙청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원칙과 신념을 철칙같이 지키려는 기계와 무서우니까 먼저 죽인다는 원칙을 가진 두 그룹의 대립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것을 폭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한다. 결국 대의명분을 위해서 헛된 사람을 희생시키는 짓은 모두 똑같고 그런 행위는 무의미해 보인다. 대통령은 결국 테러를 막지 못했고, 이글아이는 대통령은 결국 손도 대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언제나 대의명분에 희생되는 것은 퇴근길 러시아워에 짜증스러워하다 카체이스 장면에서 죽어나가는 하위 경찰관들이나 노숙자 내지는 일반 시민일 뿐이다. 이글아이는 초반부터 이어지는 추격으로 박진감 넘치는 영화지만 뒷맛이 참 씁쓸한 영화다.

첨언.
-. 우리나라에서 현 대통령을 주적으로 몰아 어떤 그룹이 살해하려는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면 개봉, 아니 제작 발표회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싶다.

-. 이글아이의 자동차 추격장면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트랙션을 떠올리게 한다. 커다란 자동차가 구르고 폭파되며 나가떨어지는 장면을 먼거리에서 멋스럽게 찍은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공포감과 현장감을 최대한 전달하려는 듯 바싹 당겨서 찍는다. 그래서 블록버스터 영화의 광고에 종종 등장하는 문구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도 느껴지고 쫓기는 그들의 심정이 전달될만큼 때로는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 간단하게 죽일 수도 있었을걸 온갖 장치를 다해놓고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하며 힘겹게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이글아이가 참 한심하기도 했고, 영화 내용처럼 의미심장하게도 아무것도 모른채 죽을고생하는 주인공들이 가엽기도 했지만, 개념없는 지도부를 갈아치우려는 이글아이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제목: 이글아이 (Eagle eye, 2008)
감독: D.J. 카루소
배우: 샤이아 라보프, 미쉘 모나한, 빌리 밥 손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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