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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배달부 현수는 친구가 인터넷 화상채팅을 하는 것을 보는데 화면에서 옷을 벗고 있는 여자가 자기가 평소에 흠모하던 동네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채팅머니를 더 요구하는 여자에게 꼬마인디언이라는 닉넴의 인물이 그녀의 사는 곳을 언급하며 장난질하면 죽인다고 엄포한다. 여자는 욕을 하고 남자는 죽이러 간다는 글을 남기고 퇴장한다. 걱정이 된 현수는 그녀의 집으로 부리나케 쫓아가다 익명의 남자와 부딪히고 숨겹게 찾아간 그녀의 집에는 칼로 난자당한 시체만이 남아있다. 시체를 보고 허둥대는 현수의 모습이 웹캠에 그대로 노출이 되고 현수는 살인범으로 지목되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메가TV의 첫프로젝트 영화라고하는 황병국의 오프라인은 전형적인 도망자의 이야기를 인터넷의 익명성과 폭력성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대한민국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잘 풀어낸 영화다. 현수는 살인미수의 전과로 인해 살해현장에서 경찰을 찾아가지 못하고 무조건 도망간다. 그리고 범인과 마주한 상황을 되짚어보며 스스로 범인을 쫓고자 한다. 평소에 그를 마음에 두었던 다방 레지가 그를 도와 화상채팅을 하며 꼬마인디언을 꾀어내고 이 함정수사에서 영화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사회적 하층민이자 전과자라는 약점이 있는 현수의 이야기를 경찰은 믿어주지 않고, 간단한 수사로 해결할 수 있을 일을 뒷전으로 미루어두고 손쉬운 현수만 잡으려고 든다.

경찰이 상황을 꼼꼼히 되짚어보지 않고 단순히 현수만을 범인으로 고집하는 상황이 인터넷과 경찰의 비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약점을 폭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의 특성과 어긋나 보이고 허술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개연성을 무시한 덕분에 긴장감을 획득한다. 거꾸로 말하면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 경찰 인물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고. (후자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초반부 현수가 성실한 인물임을 강조하듯 촌스런 청년의 과장된 몸동작은 마치 성우가 더빙 목소리를 낼 것만 같은 80년대 영화의 유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촌스러움은 마지막 장면에서 한번 더 등장한다. 그러나 경찰과 현수의 쫓고쫓기는 추격적은 정말 볼만하다. 들고찍는 카메라가 서울 도심의 미로같은 골목과 네온싸인이 반짝거리는 휘황찬란한 건물의 이면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건물들을 누비며 제법 묵직한 상황을 연출한다.

폭력클럽에서 날것의 악랄함을 제대로 보여준 연제욱은 이 영화에서 현수 역으로 다시 한번 그가 연기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표독스러운 눈빛과 어울리지 않는 순진하고 바로스러운 청년의 분위기를 뿜는다. 폭력클럽의 모습이 워낙 강렬해서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은 다른 사람인가 하고 생각이 될 정도.

예상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반전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TV 스릴러 영화가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새벽1시에 퇴근해서 피곤해 죽겠는데도 첫장면을 보고 그냥 끝까지 보고 말았다. OCN에서 가끔 방영을 해주니 마주한다면 놓치지 마시기를.

제목: 오프라인 (2008)
감독: 황병국
배우: 연제욱, 김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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