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서비스센터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래리는 심장병으로 아들을 잃고 유달리 예민해진 청각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아내의 뜨개질 소리가 천둥처럼 들리기도 하고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대포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소한 잡음이 일상을 지배해버리자 그의 삶도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의 네번째 에피소드인 브래드 앤더슨 감독의 '너무 많이 듣는 남자'는 과도하게 발달한 청각으로 인해 강박증에 걸려 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생각해 보면 강박증이라는 것은 실로 단순한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신경쓰이는 일은 한가지 정도는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극도로 커진다면 바로 강박증인 것이다. 하물며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살릴수도 있었을 아들이기에 래리가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아내도 그와 똑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결국 임신이라는 강박증에 걸려버렸으니까.

래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더 청각이 예민했을지는 모르지만 초능력자는 아니다. 어쩌면 아들의 고장난 심장소리를 들은 것도 그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정말로 청각이 뛰어났다면 아들의 고장난 심장소리를 대번에 알아차렸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아들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기는 래리는 아들이 죽자 엉망이 되어 버린다.

래리는 결국 고장난 사람이다. 그의 직장은 고장난 소프트 웨어를 고쳐 주거나 혹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서비스센터다. 컴퓨터는 미리 입력되어 있는 요소들을 명령에 맞게 꺼내어 놓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대부분의 소리는 이미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 있다. 끓는 주전자의 사진을 바라볼 때 그 소리를 상상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래리가 주변의 작은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초능력의 재주가 아니라 그의 내부가 고장나 버렸기 때문이다. 뇌의 회로가 고장나 버렸으니 실제로는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음에도 이미 기억된 소리를 불러와서 머리를 울리는 것이다. 결국 래리가 가지고 있는 슈퍼청력은 강박증이다.

머시니스트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브렛 엔더슨은 죄책감에 대한 강박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머시니스트에서 죄책감으로 불면증에 걸려버린 트레버 레즈닉처럼 래리는 고장난 아이의 심장을 조금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에 강박증에 걸려버리고, 아내를 살해한 죄책감이 더해져 결국 자신의 귀를 자르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침묵을 두려워한다. 침묵은 죽음이고 소리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리를 만들어 내고 소음에 소음을 더해간다. 하지만 자신의 침묵이야말로 삶이다. 자신의 침묵은 타인에 대한 경청의 기본 자세이고 이런 자세는 좀 더 끈끈하게 연대할 수 있도록 만들고 결국 삶을 지탱해 준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래리이기에 타인의 소음이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듣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그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정신병원 의사는 거짓으로 그를 대하며 들어주는 척을 했기 때문에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너무 많이 듣는 남자는 완전~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다. 주변의 소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1시간가까이 보는 것은 흥미롭다기 보다는 보는 사람도 강박증에 걸릴만큼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이런 설정이 특이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강박증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그것을 꼼꼼히 배치해서 얘기하는 브래드 엔더슨의 이 에피소드는 그냥 지나치긴 좀 아깝다.

제목: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2-Ep.4 너무 많이 듣는 남자 (Sounds like, 2006)
감독: 브래드 앤더슨
배우: 크리스 바우어, 로라 마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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