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사라는 직업과 병원이라는 공간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종이 한장의 차이로 생과 사를 결정지을 수 있기에 언제나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게다가 의사의 가르고 자르고 붙이고 꿰메는데 익숙한 손놀림이 살인을 위한 것일 때 섬뜩함은 더해진다. 영화 닥터 기글은 아쉽게도 외과수술적인 고어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이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역사에서 빼먹고 지나가면 정말 섭섭해할 카리스마 강한 강력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심장병으로 죽은 아내로 인해 미쳐버린 렌달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의 심장을 모두 빼내어 죽여버린다. 영화는 사건의 현장에서 사라진 렌달 박사의 아들-닥터 기글-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사람들을 살해한다는 이야기이다. 기글은 다양한 의료기구들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도륙하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그리 잔인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빛을 발하는 이유는 닥터 기글을 연기한 래리 드레이크 때문이다
.

타고난 악당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래리 드레이크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그냥 묻혀 버릴 영화였겠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샤이닝의 잭 니콜슨과 미져리의 케시 베이츠, 스텝파더의 테리 오퀸에 뒤지지 않을 명연기를 펼쳐준다. 낄낄거리며 웃는다라는 뜻인 giggle에서 알 수 있듯 닥터 기글이 포커페이스로 소름끼치는 웃음을 선사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게다가 그는 살인을 저지른뒤 의사가 환자들에게 덧붙이는 재치있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체온계는 1분정도 물고 계세요, 청구서는 나중에 보내줄께요, 설탕과 지방은 몸에 해롭습니다 같은 유머러스한 대사를 읊어준다
.

영화는 멋진 살해장면은 없지만, 한가지 명장면을 제공하고 있다. 렌달 박사가 자신의 아들을 마을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아내의 시체에 아들을 숨겨놓고 봉합해버렸는데, 시체실에서 이 아이가 엄마의 배를 찢고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사이코 닥터의 탄생을 알리는 진정 명장면이다
.

닥터 기글은 수술에서 연상되어지는 살이 째지는 공포감이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제법
유머러스하고 멋진 사이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 마지막에는 래리 드레이크가 죽어가면서 뜬금없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관객을 향해 '누가 의사 좀 불러주세요'라고 대미를 장식한다.

첨언.
-. 심장이 약해 닥터기글에게 끊임없이 괴롭힘 당하는 역할로는 charmed에서 쉐넌 도허티, 알리사 밀라노와 함께 마녀자매로 등장한 귀여운 홀리 매리 콤즈가 맡고 있다.

제목: 닥터 기글 (Dr.Giggle, 1992)
감독: 매니 코토

배우: 래리 드레이크, 홀리 매리 콤즈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