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Record? 2007. 12. 21. 09:31

평일 오후에 한산한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게 될 때가 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면 이러저러한 상념에 젖어들다가 '될 대로 되라지'라는 심정이 된다. 일에 치이다가 가끔 마주치는 이러한 순간들은 일탈의 기쁨과 고요한 안정을 가져다 준다. 거창한 일탈보다 소소하고 고요한 일탈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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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아가는 것도 좋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영향력도 좋고 다 좋은데,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폭력 중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혹은 기운이 빠지게 만드는 것은 동구가 선생님에게 무턱대고 고백하는 그런 장면이다. 동구는 농담하는 친구에게 '나는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거야'라고 날을 바짝 세우고 핀잔을 주지만, 그 자신도 남에게 무언가 고백할 때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스스로는 타인에게 이해받길 혹은 그냥 그대로 있음을 용인해주길 원하면서도 그 자신도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타인에게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은 왜 생각지 못하는 걸까? 일본어 선생님 초난강의 대처가 옳지는 않을지언정 그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나중에 행동을 잘못 했다고 후회를 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어쩌면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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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가 세상에 상처받을까 두려워한 할머니는 그녀를 집안에서만 키운다. 외부와 어떤 접촉도 없었던 그녀와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는 할머니가 주워온 헌책들 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투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그녀의 독특함과 귀여움은 그 매력만큼 반대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건 그녀가 줄곧 혼자였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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