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를 노래로 한다는 자체가 닭살스럽달까... 그냥 뮤지컬이라면 현장감이라는 것이 그런 서먹서먹함을 상쇄시켜주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뮤지컬은 도무지 좋아지지가 않는다. 스위니 토드도 아마 팀버튼과 죠니뎁 그리고 '잔혹한'이라는 키워드가 없었으면 보지 않았을게다.
영화 속의 잔혹함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자신의 청춘과 사랑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인간이 이 정도의 복수를 한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누군지도 모르는 거대한 힘에 지배당한 인간은 누구나 복수를 꿈꾼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았는가. 모래알이나 바위덩어리나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사랑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만큼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있겠냐. 게다가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사랑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위니 토드를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아내와 딸을 빼앗긴 것은 전부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으며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인간을 끔찍한 살해범으로 몰아가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결국 사랑은 사람을 잔혹하게 만든다. 빠져드는 사람도 빠져나오려는 사람도... 스위니 토드의 유일한 미덕은 복수를 향한 마음가짐, 그 우직함 하나가 아닐까 한다. 여기에 어떤 감동 따위도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 점이 좋다.
결국 영화 스위니 토드는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인간의 뜨거운 심장을 지녀 올드보이의 사설감옥에서 청춘을 감금당하고 출소한 뒤 황추생의 팔선반점에 들어가 마음껏 인육파이를 만들어내고 어글리의 사이먼이 그랬듯 면도칼을 들고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며 복수로 인해 파멸해 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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