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이 적은 스릴러 영화는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죽음의 항해는 교과서적이라 할만하다. 꽉찬 내러티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디가 끝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망망대해의 열려진 공포감과 작은 요트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폐소공포증은 대구를 이루며 답답함을 극한으로 이끌어내고 음악이라고는 오직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와 세명 등장인물의 헐떡이는 숨소리만으로 채워져 긴박감은 가히 최고다.
빌리 제인이 연기한 사이코 캐릭터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부기맨이라기 보다는 히스테릭한 정신분열병 환자와 같은 유약한 인간으로 그려져 슬래셔 영화의 살인마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마지막에는 공포영화의 엔딩을 고려하여 그가 다시 등장하는 클리셰를 선보여 식상할 듯 보이지만, 슬래셔 영화가 막을 내리는 80년대 끝자락에 나온 이 영화의 후련한 엔딩은 그런 식상함을 단번에 비웃어 버린다.
에일리언2가 등장한 이후 스크린을 수놓기 시작한 강인한 여전사 캐릭터는 죽음의 항해에서 니콜 키드만에게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슬픔을 극복하는 성장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고 넓은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남편을 찾기 위해 작은 요트에서 살인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독립심 강한 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하다. far and away 이전에 그녀가 알려지게 된 계기이기도 한 죽음의 항해는 그녀 자신이 요트를 직접 운전하는 등의 열연을 펼쳐보인다.
구멍난 배에서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별다른 대사없이 배를 수리하고 물을 퍼내고 다시 차오르는 물에 잠겨 허우적 거리며 공포감을 표출해내는 샘 닐은 역시 발군이다. 공포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최고의 배우를 꼽으라면 역시 언제나 샘 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감독: 필립 노이스
배우: 샘닐, 니콜 키드만, 빌리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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