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도연대 雨백기도연대 雨 - 10점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솔출판사
'백기도연대 우'는 국내에 네번째로 출간된 교고쿠도 이야기이다.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와 광골의 꿈을 거쳐 이어지는 일종의 외전격인 소설로 첫번째 이야기인 나리가마에서 '이즈 사건' 이야기가 나온걸로 보아 시간적으로 광골의 꿈 다음인 것이지 싶다. 백기도연대는 가마솥 점을 치는 '나리가마'와 항아리에 얽힌 '가메오사' 그리고 바늘두더지에 관한 '야마오로시'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백기도연대는 이전에 출간된 나쯔히코의 소설과는 사뭇다르게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강한 작품이고 여전히 교고쿠의 장광설이 등장하긴 하지만 짧은 이야기로 인해 비교적 그의 설교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이것이 이 작품의 대단한 매력!) 오히려 주변인물이 듣기 싫어서 중간에 이제 그만하라고 말을 잘라먹기까지 한다.

백기도연대는 교고쿠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매력적인 초능력 탐정 에노키즈 레이지로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부의 아들에다 큰 키에 서구적인 외모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완벽한 외모를 뽐내지만 천방지축,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녀석이 등장할 때마다 교고쿠도의 이야기는 포복절도의 코미디로 변모한다. 진중한 교고쿠도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나할까. 그러니 그가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당연히 약간은 가볍지만 그래서 독특한 재미가 있다. 타인의 기억을 보는 초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아닌 탐정이므로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가 전혀 없고 그냥 소동극으로 끝맺을 것 같지만, 이야기의 개연성과 논리는 백기도연대 시리즈에서 조연격으로 물러난 추젠지-교고쿠도-가 해주고 있어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무게중심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교고쿠 시리즈와 동일하다. 사건을 물어오고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인물인, 소심하고 멍청해서 교고쿠도와 에노키즈에게 항상 무시를 당하고 우울증 병력이 있는 원숭이를 닮은 3류 소설가인 세키구치는 '나'라는 1인칭 인물로 바뀌었지만, 캐릭터의 기본성격은 동일하다. 하지만 세키구치가 항상 교고쿠도의 궤변에 '멍~'해서 바보같은 감상만을 늘어놓았다면 '나'라는 인물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을 할 수 있다고나할까. 결국 이 인물도 교고구 집단에게 빠져들어 세키구치와 같은 인물이 되어 버리긴 하지만 말이다. 사건은 에노키즈가 운영하는 장미십자탐정 사무소에 전달되고 초능력으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에노키즈에게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교고쿠도를 찾고 교고쿠도와 에노키즈의 얼렁뚱땅 팀플레이로 사건이 해결되는 식이다. 즉 교고쿠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지들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혹은 컴플렉스/비밀들을 특유의 퇴마의식과 논리로 해결하여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에노키즈는 자신의 성격대로 바보스러울정도로 우직하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다 시원하게 하는 권선징악으로 악인을 욕설이나 폭력을 통해 징벌한다. 타인의 기억을 보는 에노키즈가 내뱉는 단어들은 그러므로 사건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그것을 교고쿠도가 이야기로 만드는 식이다.

괴담을 사건의 발단으로 삼았던 우부메와 망량, 광골에 비해서 백기도연대는 현실성 있는 사건을 괴담이나 요괴를 끌어들여 해결하는 식이니 약간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힘을 빼어 가볍게 변했지만 소재만은 오히려 더 사회성이 강해진 백기도연대는 교고쿠가 뱉어내는 궤변조의 장광설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에노키즈라는 매력적이고 엽기적인 기인이 중심이 되어 엮어지는 작품이므로 이전 작품들보다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싶다. 사실 백기도연대에서는 교고쿠도조차 코미디를 한다. 만화로 비교하자면 '멋지다 마사루'와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 비견될 정도의 유머를 자랑하는 백기도연대의 다음 작품인 '풍'이 빨리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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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마르소의
'you call it love'를 처음 본 것이 6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에 라붐에서의 소피 마르소만 기억하다가 정말 ''하고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생긴 사람도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스크린에 말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원래 극장 아저씨가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동네구멍가게에서 초대권을 사 가지고 이 영화와 동시상영하고 있던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만 보고 나온다는 말로 아저씨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 들어갔다. 사실 문워커는 내 관심 밖이었고 길거리에 나붙어 있던 포스터와 띵띵 거리며 시작되는 캐롤라인 크루거의 유콜잇러브 음악에 매혹되어 영화를 보러갔었다
.

영화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원거리 연애를 하는 남녀가 싸우고 껴안고 다투고 키스하고 질투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시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사랑의 성장통을 그들이 내뱉는 말투만큼이나 빠른 템포로 보여주는 영화다. 만약 20대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면 꽤나 좋아했을 법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공감은 하지만 마음에 쉬이 와닿지를 않는다. 프랑스 특유의 코드도 그렇고
...

하지만 DVD를 플레이어에 넣고 정말 끝까지 감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영화의 오프닝 때문이다. 소피마르소의 미모를 절대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 오프닝은 이런 여인인데 반하지 않을거냐?라고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스키장에서 꽁꽁 싸매고 있던 소피마르소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펼쳐지는 판타지에 가까운 이 오프닝의 도전장에 무릎을 꿇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될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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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개발한 살인 무기가 스스로 진화하여 인간을 대체할 새로운 종으로 태어난다는 영화 '스크리머스'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든 병기가 인간이 되어 사랑을 배우고 같은 마음을 지닌 인간을 살려줌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얘기한다.

필립 K. 딕의 '두번째 변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크리머스는 원작의 배경인 러시아와 연합군의 대립체제를 냉전체제가 끝난 95년에 발표된 영화답게 우주에 새롭게 건설된 경제블록과 연합군으로 그 적을 갈아치웠지만, 기본적으로 전쟁의 광기가 남긴 폐허의 공간과 대의 명분이 사라지고 살인만이 남아버린 전쟁의 최후를 정말 암울하게 보여준다
.

어떠한 과학적인 설명없이 그저 동그란 톱이 장착된 인공지능의 금속구()가 지하공장에서 자기들끼리 스스로 복제하고 진화하여 인간의 모습을 한다는 뜨악한 개념 자체가 지금봐도 무척 신선하기도 하거니와 기계가 인간과 가장 가까워 졌을 때 오히려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기를 원하게 되는 것은 언제봐도 뭉클하다. 어쩌면 그들의 태생이 인간을 죽이기 위한 살인병기이고, 그들이 인간이 됐을 때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이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기 전의 금속구가 내지르는 비명은 진정 다시 태어나기 위한 스크림이 아니었을까라는 오바를 한번 해본다.

감독: 크리스찬 드과이
배우: 피터웰러, 제니퍼 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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